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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년(철종 6) 7월9일 청 도광제(道光帝)의 아내인 효정성황후(孝靜成皇后)가 죽었다. 조선에서는 위로의 뜻을 표하기 위해 진위겸진향사(陳慰兼進香使, 진위사와 진향사를 겸하는 사절)를 파견했다. 정사는 서희순, 부사는 조병항, 서장관은 신좌모였다. 서경순은 삼종형인 서희순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사신단을 따라가 북경 땅을 밟았다. 귀국해 그는 ‘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란 제목의 여행기를 쓰는데, 이 여행기에는 몰락하는 청 제국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적지 않게 알라딘게임랜드
들어 있다.
조선 사신단이 북경에 도착한 것은 11월27일이었다. 사신단이 도착하면 청 쪽에서는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다며 으레 하마연(下馬宴)을 베풀어 주었다. 하마연 날은 12월13일이었다. 조선 사신단이 연회청으로 갔더니 큰 탁자 위에 요리를 담은 그릇들이 두 줄로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먼저 공식 행사가 있었다. 청의 예부(禮部)이퓨처 주식
상서(尙書) 서택순(徐澤醇)과 조선의 세 사신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참이었다. 왁자한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연회장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고, 난장판이 벌어졌다. 탁자가 흔들리고, 의자가 넘어지고, 그릇이 날아가 박살이 났다. 고함을 지르며 서로 밟고 밟히고, 끌어당기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옷이 찢어지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에 피가 흘렀파칭코사이트
다. 전쟁판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청 쪽의 하인들이었다. 목적은 단 하나,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먼저 움켜쥐려는 것이었다. 조선 쪽 하인들도 당연히 뛰어들었다. 주먹을 내지르고 발길질하면서 음식을 차지하였다.
국가 간의 외교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부의 고위 관료들과 통역관들은 멀뚱히 보고만 있을 뿐 말리지 않았다. 조선유니더스 주식
쪽도 마찬가지였다. 하인들의 난동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서경순이 서장관 신좌모에게 말했다. “우리나라 연회에서 상을 물리자마자 하인들이 음식을 차지하려고 먼저 움켜쥐고 빼앗고 하는데, 이것을 ‘덮치기’라고 부른다지요. 전부터 정말 놀랍고 부끄러운 일로 여겼는데, 지금 ‘대국’ 사람의 ‘덮치기’를 보니, 더 무질서하고 창피스럽군요.” 서경순은 명색이오션파라다이스시즌7
‘천자’가 내린, 국가 간의 공식 외교가 이루어지는 연회석에서 벌어진 이 관례적 난장판에 대해 개탄해 마지않았다.
하마연이 열리기 8일 전 서경순은 유리창(琉璃廠, 중국 북경의 고유 문화 거리)에 있는 문화당(文華堂) 책포(冊舖, 서점)에서 과거 응시를 위해 북경에 머무르고 있던 휘주 출신의 지식인 방삭(方朔)을 만나 사귄다. 하마연이 있고 6일 뒤 그는 신좌모와 함께 방삭을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서로를 추어주는 의례적 말을 주고받은 뒤 ‘고려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번 보기가 소원이네’(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라는 시구를 두고 방삭이 다음 생에는 ‘고려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하자, 서경순은 자신은 중국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방삭이 이유를 묻자 서경순의 입에서 격정적인 답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이 어찌하다가 이처럼 재물이 바닥이 나고 백성이 곤궁해졌습니까? 전표(錢票), 은표(銀票), 납천(鑞泉), 대천(大泉)과 같은 이름의 화폐는 모두 백성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이런 화폐는 북경 주변 100리 안에서만 통용되고, 조림장(棗林庄)만 벗어나도 통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백성들이 국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어 서경순은 중국의 법과 질서가 무너진 상황을 예를 들어가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방삭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평천국의 난(1850~1864) 당시 청 정부군이 반란군이 장악한 성을 탈환하는 전투를 묘사한 그림. 1886년 작. 위키미디어 코먼스


19세기 이래 영국으로부터 들어온 아편으로 막대한 양의 중국 은이 유출되었다. 자국민의 아편 중독과 은 유출을 막으려다가 급기야 1840년 아편전쟁이 일어났고, 1842년 청은 영국과 굴욕적인 난징조약을 맺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1850년에는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다. 반란을 진압할 수 없는 청 제국은 바닥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경순이 1855년 연회석에서 목도한 난장판은 그 흔들림의 끝부분이었던 셈이다. 서경순은 조선 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동요하는 거대 제국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서경순보다 2년 전(1853년) 진하겸사은사(進賀兼謝恩使, 중국 왕실의 경사를 축하하는 진하사와 사은사를 겸하는 사절)의 정사로 북경에 갔던 강시영(姜時永)은 호부(戶部) 상서 손부경(孫符卿)의 손자 손즙(孫楫)을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다가 손즙은 “귀국은 황조(皇朝, 淸)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는데, 이 다급한 시기에 어찌하여 은(銀)을 내어 도와주는 일이 없는지요?”라고 말했다. 다급한 일이란 태평천국의 난을 말한다. 태평천국의 군대는 이 시기 이미 남경(南京)을 점령하고 있었다. 제국의 인민이 아편에 빠져 취생몽사하고, 거기에 진압할 수 없는 내전까지 겪게 되자, 재정이 바닥이 나고 마침내 주변의 소국(小國)에까지 손을 벌렸던 것이다. 제국은 자신의 몸에 난 병을 고치지 못하고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강시영은 조선은 은이 나지 않고 조선에서 쓰는 은은 모두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둘러대고 입막음을 하였다.



역사적으로 붕괴하지 않은 제국은 없었다. 모든 제국은 도덕적 해이와 타락, 내부의 반발에 이어 외적의 침입, 재정 위기로 뒤흔들리다가 몰락하고 붕괴하였다. 몰락과 붕괴의 과정을 겪으면서 제국은 원래 유지했던 품위와 관대함을 버리기 마련이었다. 그 과정은 주변국에 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21세기의 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