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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mega.info
이 글은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주최한 '2025 제3회 감정·비정규 노동자 수기 공모전' 수상작 중 하나로, 감정·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의 동의하 <기자말>
[부산노동권익센터]
몇 년 전, 아이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나는 재취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단절된 경력을 다시 살려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온전히 남편의 어깨 위에만 얹어진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다행히 남편과 아이들은 나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모바일바다이야기 지지해주었고, 관련 분야 자격증을 획득한 덕분에 어렵사리 한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경력단절 상태인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은 엄청난 에너지로 다가왔다. 비록 당장은 2년짜리 계약직이지만, 일만 잘하면 2년 후에도 계약 연장을 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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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노동권익센터
한국릴게임 재취업 후 처음 출근을 하는 날은 과거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보다도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회사에 가보니 나를 포함해 다른 파트에 배정된 2명의 계약직이 더 있었다.
나는 기존 직원들보다 나이도 많고 오랜 시간 경력단절 여성으로 지낸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사아다쿨 오랜 만에 일을 하는 터라 퇴근 후에는 온 몸이 파김치가 될 만큼 힘들었지만, 모처럼 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껴 깊이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이것저것 알아서 도와준 덕분에 직장생활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도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재취업을 하면 몸은 힘들어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업무가 아닌 다른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마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었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내 얘기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 사회생활은 동료들과의 인간관계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동료 대부분이 나보다 어린 여성들이어서 아줌마 특유의 넉살과 친밀감을 내세워 다가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직원들은 나를 사무적으로만 대할 뿐 누구도 곁을 주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는데, 정규직 직원들은 그 누구도 나를 같은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서 내 단톡방에서 나는 아무런 존재감 없이 매사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다. 나에게 무언가를 묻는 직원도, 내가 질문을 해도 제대로 대답해 주는 직원은 없었다. 점심을 혼자 먹을 때면 설명하기 힘든 소외감이 밀려왔다.
▲ 투명 인간 (사무실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공간에 있지만 철저히 배제된 계약직의 소외감을 시각화한 장면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정규직 직원들은 선명하고 컬러풀하게 묘사된 반면, 바로 옆에 홀로 앉아 있는 주인공은 무채색으로 흐릿하게 표현하여 사내에서 '투명 인간' 취급받는 냉혹한 현실을 대비시켰습니다.
ⓒ 부산노동권익센터
처음엔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만 모여 친목을 다지는 단톡방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후로 착각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단톡방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나는 홀로 고립된 투명 인간일 뿐이었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정규직 직원은 내가 계약직 사원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나를 무시하기도 했다. 같은 부서에서 동고동락하면서도 계약직 직원을 꼭 아랫사람 대하듯 괄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뼈저리게 느낀 건 계약직 직원들을 제외하고 정규직 직원들끼리 회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였다. 분기마다 일인당 회식비가 지급되는데, 계약직 직원에게는 회식비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부서 동료들이 의견을 모아 회사 규정에 맞게 계약직 직원을 회식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도저히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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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도 차별이 존재했다. 정규직은 고급 굴비세트를 받은 반면, 계약직은 치약세트조차 없었다. 명절 선물세트를 들고 퇴근하는 정규직 직원들을 내심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정규직에게만 명절 상여금이 지급되는 것을 보면서, 말로만 듣던 계약직의 서러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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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비단 나만 겪는 게 아니었다. 함께 입사한 다른 부서의 계약직 직원들도 상황이 나와 똑같았다. 우리들 앞에는 말끝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차별의 당사자인 계약직 직원들이 '그래, 우리는 계약직이니까 뭐 어쩔 수 없지'라면서 자신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당연시하거나 체념하는 상황이었다.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혹시 정규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규직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나는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가 다른 건 받아들일 수 있는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차별을 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부서의 책임자이자 나의 입사를 결정했던 부장님께 면담을 요청해 불만사항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임금이나 회사의 복지혜택 등에서 차등이 있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선 양측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요?"
나의 말에 부장님은 "본인이 계약직인거 알고 직접 사인하고 입사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게 솟구쳐 올라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제가 임금이나 근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사인한 거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까지 받겠다고 사인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했다.
▲ 차별의 벽 (부장님과의 면담)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항변하기 위해 부서장과 면담하는 긴장된 순간입니다. "원래 계약직은 그렇다"며 팔짱을 끼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사 앞에서, 억울함을 삼키며 주먹을 꽉 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약자가 겪는 감정적 고통과 답답함을 거친 선으로 묘사했습니다.
ⓒ 부산노동권익센터
그러자 부장님의 "원래 계약직이 다 그런 거죠. 정규직과 대우가 다른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어차피 1, 2년 단기 알바로 일할 생각 아니었어요?"라는 말에 결국 나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계약직이라는 자리가 저들에게 얼마나 가볍고 무가치한 자리인지, 계약직인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피부로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계약직은 그저 고용 방식이 다른, 또 다른 형태의 직원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계약직은 차별을 어느 정도 밑바닥에 깔아두고 원치 않는 여러 상황들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계약직 직원이 당장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붙잡거나 아쉬워할 사람은 없다. 계약직 직원은 공석이 되면 다시 충원하면 그뿐일 존재이니까 말이다.
무조건 버티는 게 답일까? 이제라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회사일에 좀 더 집중하고 몰두해야 할 시간에 나는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결국 2년의 계약기간은 마저 다 채우기로 결정을 내렸다.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이곳에서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조금만 더 참고 일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씁쓸한 현실에 체념한 나는 그날 이후로 들려오는 말들을 일체 못들은 척하고, 차별을 경험해도 반응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으며 계약 기간을 버텨냈다. 부서 동료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회사 생활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고, 회식에 빠지거나 명절 상여금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서 스스로 합리화했다.
계약이 끝나갈 즈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상태로 2년을 더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나는 오랜 고민 끝에 거절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차별을 일삼는 회사에서 2년을 더 다닌다면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자아실현은커녕 자존감만 더 낮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구분하고 차별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회사, 차별대우를 일삼고 방관했던 부서 직원들의 태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크게 지쳐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계약 기간까지만 일 하겠습니다!" 라는 나의 말에 회사도,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하지 않았다. 내가 퇴사를 하고 나면 나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고, 내 자리는 분명 또 다른 계약직 직원이 채울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2년 동안 인생의 단맛, 쓴맛, 떫은맛까지 모두 보게 해준 회사를 나왔다. 퇴사를 할 때쯤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인지, 호기롭게 재취업을 해 2년 만에 직장을 관둔 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 나를 지키는 선택 (홀가분한 퇴사) 2년의 계약 만료 후 연장을 거절하고 회사를 떠나는 주인공의 뒷모습입니다. 차별과 무시가 만연했던 회색빛 건물을 뒤로하고, 비록 다시 무직이 되었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따뜻한 빛이 비치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결말을 표현했습니다.
ⓒ 부산노동권익센터
퇴사 후 얼마쯤 지났을까. 회사에서 딱 한 번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내게 "혹시라도 다시 입사할 생각이 없으신가요?"라고 묻는 말에,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아니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라거나, 자아실현의 꿈을 포기해서가 아니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 안에 나를 가두고 터무니없는 무시와 차별을 일삼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때 내가 차별을 참았더라면, 계약직 2년 연장을 받아들였더라면, 퇴사 후 재입사 요청을 수락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정규직 직원이 되어 일하고 있을까?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곱씹는 내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배어난다. 나는 정규직, 계약직을 떠나서 그저 일이 하고 싶었고, 자아실현을 꿈꾸었던 평범한 워킹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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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이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나는 재취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단절된 경력을 다시 살려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온전히 남편의 어깨 위에만 얹어진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다행히 남편과 아이들은 나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모바일바다이야기 지지해주었고, 관련 분야 자격증을 획득한 덕분에 어렵사리 한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경력단절 상태인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은 엄청난 에너지로 다가왔다. 비록 당장은 2년짜리 계약직이지만, 일만 잘하면 2년 후에도 계약 연장을 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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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을 하면 몸은 힘들어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업무가 아닌 다른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마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었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내 얘기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 사회생활은 동료들과의 인간관계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동료 대부분이 나보다 어린 여성들이어서 아줌마 특유의 넉살과 친밀감을 내세워 다가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직원들은 나를 사무적으로만 대할 뿐 누구도 곁을 주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는데, 정규직 직원들은 그 누구도 나를 같은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서 내 단톡방에서 나는 아무런 존재감 없이 매사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다. 나에게 무언가를 묻는 직원도, 내가 질문을 해도 제대로 대답해 주는 직원은 없었다. 점심을 혼자 먹을 때면 설명하기 힘든 소외감이 밀려왔다.
▲ 투명 인간 (사무실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공간에 있지만 철저히 배제된 계약직의 소외감을 시각화한 장면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정규직 직원들은 선명하고 컬러풀하게 묘사된 반면, 바로 옆에 홀로 앉아 있는 주인공은 무채색으로 흐릿하게 표현하여 사내에서 '투명 인간' 취급받는 냉혹한 현실을 대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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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만 모여 친목을 다지는 단톡방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후로 착각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단톡방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나는 홀로 고립된 투명 인간일 뿐이었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정규직 직원은 내가 계약직 사원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나를 무시하기도 했다. 같은 부서에서 동고동락하면서도 계약직 직원을 꼭 아랫사람 대하듯 괄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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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에서 진행되는 문화의 날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퇴근 시간 이후에 진행되는 행사여서 시어머니께 아이들 케어를 부탁드렸는데, 알고 보니 정직원만 참여하는 행사였다. 정시에 퇴근을 하는데도 비참한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회는 나에게 아주 작은 소속감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계약직에겐 소속감조차 사치인 건가.' 나는 집으로 가는 내내 쓴웃음을 삼켜야만 했다.
명절 때도 차별이 존재했다. 정규직은 고급 굴비세트를 받은 반면, 계약직은 치약세트조차 없었다. 명절 선물세트를 들고 퇴근하는 정규직 직원들을 내심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정규직에게만 명절 상여금이 지급되는 것을 보면서, 말로만 듣던 계약직의 서러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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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비단 나만 겪는 게 아니었다. 함께 입사한 다른 부서의 계약직 직원들도 상황이 나와 똑같았다. 우리들 앞에는 말끝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차별의 당사자인 계약직 직원들이 '그래, 우리는 계약직이니까 뭐 어쩔 수 없지'라면서 자신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당연시하거나 체념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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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부장님의 "원래 계약직이 다 그런 거죠. 정규직과 대우가 다른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어차피 1, 2년 단기 알바로 일할 생각 아니었어요?"라는 말에 결국 나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계약직이라는 자리가 저들에게 얼마나 가볍고 무가치한 자리인지, 계약직인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피부로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계약직은 그저 고용 방식이 다른, 또 다른 형태의 직원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계약직은 차별을 어느 정도 밑바닥에 깔아두고 원치 않는 여러 상황들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계약직 직원이 당장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붙잡거나 아쉬워할 사람은 없다. 계약직 직원은 공석이 되면 다시 충원하면 그뿐일 존재이니까 말이다.
무조건 버티는 게 답일까? 이제라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회사일에 좀 더 집중하고 몰두해야 할 시간에 나는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결국 2년의 계약기간은 마저 다 채우기로 결정을 내렸다.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이곳에서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조금만 더 참고 일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씁쓸한 현실에 체념한 나는 그날 이후로 들려오는 말들을 일체 못들은 척하고, 차별을 경험해도 반응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으며 계약 기간을 버텨냈다. 부서 동료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회사 생활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고, 회식에 빠지거나 명절 상여금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서 스스로 합리화했다.
계약이 끝나갈 즈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상태로 2년을 더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나는 오랜 고민 끝에 거절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차별을 일삼는 회사에서 2년을 더 다닌다면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자아실현은커녕 자존감만 더 낮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구분하고 차별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회사, 차별대우를 일삼고 방관했던 부서 직원들의 태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크게 지쳐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계약 기간까지만 일 하겠습니다!" 라는 나의 말에 회사도,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하지 않았다. 내가 퇴사를 하고 나면 나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고, 내 자리는 분명 또 다른 계약직 직원이 채울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2년 동안 인생의 단맛, 쓴맛, 떫은맛까지 모두 보게 해준 회사를 나왔다. 퇴사를 할 때쯤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인지, 호기롭게 재취업을 해 2년 만에 직장을 관둔 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 나를 지키는 선택 (홀가분한 퇴사) 2년의 계약 만료 후 연장을 거절하고 회사를 떠나는 주인공의 뒷모습입니다. 차별과 무시가 만연했던 회색빛 건물을 뒤로하고, 비록 다시 무직이 되었지만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따뜻한 빛이 비치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결말을 표현했습니다.
ⓒ 부산노동권익센터
퇴사 후 얼마쯤 지났을까. 회사에서 딱 한 번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내게 "혹시라도 다시 입사할 생각이 없으신가요?"라고 묻는 말에,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아니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라거나, 자아실현의 꿈을 포기해서가 아니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 안에 나를 가두고 터무니없는 무시와 차별을 일삼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때 내가 차별을 참았더라면, 계약직 2년 연장을 받아들였더라면, 퇴사 후 재입사 요청을 수락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정규직 직원이 되어 일하고 있을까?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을 곱씹는 내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배어난다. 나는 정규직, 계약직을 떠나서 그저 일이 하고 싶었고, 자아실현을 꿈꾸었던 평범한 워킹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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