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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 6주기②] 김유경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회장 노노모, 사측 사건 대리 않는 원칙 "노동자와 함께 싸운다" '방송작가=노동자' 기준 세워…"법률다툼, 외형적 성과 쌓였지만" "방송사, 철저한 신분사회…노조로 못 뭉치니 회사가 비정상 대응"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김유경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회장(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이 지난 1월29일 서울 영등포구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바다이야기오락실
“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김유경 노무사는 2018년 '방송계갑질 119'(방송갑질119) 활동을 노무사 생활의 전환점으로 기억한다. 2015년 노무사로 일하기 전까지 그는 전자신문 기자로 10년을 보냈고, 그 가운데 4년은 노동조합 전임자로 활동했다. 방송갑질119 익명채팅방에서는 기자일 때 접하지 못한 비정규 무료릴게임 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고충이 터져나왔다. 김 노무사는 “비정규직의 존재는 공정방송 투쟁에서는 드러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2018년, CJB청주방송에서 해고된 이재학 PD(당시 36세)도 방송갑질119 문을 두드렸다. 14년 간 청주방송 지시에 따라 일했지만,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고 편성제작국장의 말 한 야마토게임 마디로 잘렸다. 전국 방송계에서 프리랜서라는 외형적 계약을 맺고 노동자로 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겪어 온 일이다. 청주지법은 1년 반 만에 그가 '프리랜서'라며 패소 판결했다. 이 PD는 “억울하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이후 김 노무사는 '이재학 PD 청주방송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데 함께하고 이 PD 사 알라딘릴게임 망 사건의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이 PD 선례를 바탕으로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김 노무사는 “싸움이 다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 PD 기사를 본 작가들이 노무사 사무실을 찾았다. 김 노무사는 MBC <뉴스투데이> 작가 부당해고 사건을 대리하면서 '방송작가는 노동자'라는 첫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후 다양한 '무 게임몰릴게임 늬만 프리랜서' 직무에서 노동자성 인정 판정 및 판결이 이어졌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방송사들의 꼼수 대응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노무사는 올해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의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노노모 회원들의 활동은 서면과 사건 대리, 기자회견 발언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어머니의 단식농성과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로비 점거농성 등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에서 함께 싸운다. 이재학 PD 6주기를 맞아 지난달 29일 서울 선유도의 한 커피숍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고 이재학 PD 영정사진. ⓒ미디어오늘
- 14대 노노모 회장을 맡게 됐다. 노노모는 사측을 대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노노모는 만든 지 23년이 된 비영리단체다. 2002년 (근로기준법 개악 등) 노동 개악법 시행에 맞서 싸우던 노무사들 가운데, 법률만을 수단으로 싸울 게 아니라 노동자와 같이 싸우자고 생각한 소수 노무사들이 만들었다. 스무 명 남짓 회원이 지금은 223명이 됐다. '사용자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자'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도 괜찮니?' 묻는 셈이다. 사측 대리 노무사가 노동자 대리에 비해 훨씬 큰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으니, 절반 이상이다. 사용자들은 항상 회삿돈으로 이를 낸다. 노동자들은 개인 돈을 낸다. 처음부터 노동자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신규 회원들이 '회칙이 강해 규모가 안 느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 들어가 보니 느끼게 됐다. '각종 사건에서 사용자를 대리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되는 일이구나.' 사용자 주장을 입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한 몸이 돼 '이 사람은 해고 당해 마땅하다, 노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혐오 발언을 하는 대리인을 보며 알게 됐다. 노동 관계 법령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에 빚을 지고 있다.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
- 노노모 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과 여성 사무국장이 동반 출마해 당선했다.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여성 회장은 6대 장혜진 노무사에 이어 두 번째다. 노무사 직역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진 게 최근이다. 제가 합격한 11년 전만 해도 남성 비율이 크게 높았다. 올해는 430명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뽑은 데다가 합격자도 여성이 3, 남성이 1 꼴이다. 그러다 보니 노노모 회원도 여성 비율이 훨씬 많다. 노노모의 활동 방향과 조직 문화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총회 때 평등수칙을 읽고, 내부의 권위주의 선후배 문화를 지양하는 문화는 많이 정착됐다. 퀴어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법률상담 등으로 지원하는 노무사들의 단체 '퀴어동네'도 노노모 회원이 대부분이다.”
▲'한국공인노무사회 정상화를 위한 직접행동'(한노회 직접행동)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공인노무사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회장단의 사죄와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정방송 투쟁에 드러나지 않던 방송 비정규직 알게 돼”
- 전자신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지부장을 세 차례 맡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언론노조가 방송장악 반대 투쟁을 했다. 방송사 연대 투쟁을 많이 했고, 몸담은 전자신문지부 안에선 4년 내내 사측과 싸웠다. 지부장 임기를 마무리할 무렵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의 '맞짱' 사건이 터졌다. 전자신문이 갤럭시S5 신제품 출시 직전 1면 톱에 카메라 렌즈 수율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냈다. 회사는 이례적으로 삼성 요구에도 기사를 내려주지 않았고, 노사가 합심해 싸웠다. 보도를 이어가면서 당시 기자실에 가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삼성은 전국에서 절독을 하고 광고를 끊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편집국장이 구성원 합의 없이 정정보도를 냈다. 노조가 반발하며 편집국장 불신임제를 추진했다.”
▲김유경 노노모 회장이 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 사무국장 당시 조합원과 활동하는 모습. 사진=김 회장 제공
- 그러다 어떻게 노무사가 됐나.
“노조 전임을 하며 노무사 1차 시험은 통과한 상태였다. 당시 추진한 편집국장 불신임 투표가 성사도 못되고 싸움이 끝났다. 조합원들 요구로 한 번 더 출마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경선 구도가 됐다. 당사자는 당연히 어용이 아니라 주장하지만 노골적으로 연임을 저지하려 상대방 후보를 세운 모양새였다. 6대4로 졌다. 노조가 정당하고 선명한 싸움을 해도, 회사와 대립각을 오래 세우고, 해고자 투쟁도 하는 상황이 싫었던 것 같다.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
선거를 치르자마자 복귀 명령을 받았다. 남은 연차를 쓰고 돌아가니 괴롭힘이 시작됐다. 지부장일 때 존댓말로 대하던 부장이 첫날부터 반말하며 전자신문이 한 번도 뚫지(출입하지) 않았던 백화점을 출입하라고 했다. 전날 신문을 다 보고 가라거나, 발제와 기사를 킬(kill,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일)하고, 경위서를 쓰게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을 때였다. 세워두고 모욕적인 말을 듣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싸운 동지들 앞에서 지부장이던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니까. 그렇게 2개월 겪으니 사람이 이상해지더라. 2014년 말일 사표를 던졌고, 이듬해 노무사 시험에 붙게 됐다. 4년 간 노조 실무와 대응 경험을 했으니 유리했던 것 같다.”
- 노무사가 된 뒤에야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3사(KBS·MBC·YTN) 파업에 결합해 적극적으로 연대투쟁을 했다. 그때 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만을 본 거다. 해고자 투쟁과 방송법 개선 요구 모두 필요하다고, 훌륭하고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심지어는 공정방송 투쟁이 내 임금을 올려달라거나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대의를 위한 싸움이라고도 생각했다. 방송사에 그렇게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의 존재는 그 투쟁에서 드러날 수 없으니까. 심지어 (작가 등이) 파업에 나오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당한 과정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방송갑질119 익명 채팅방에 1000여 명이 쫙 모이고, 방송스태프지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16일 오전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 사진=윤유경 기자.
▲MBC차별없는노동조합은 2024년 7월17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다툼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MBC 방송작가들이 근로계약 뒤에도 모든 부문에서 차별을 겪는다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청원했다. 발언하는 김유경 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 MBC 작가와 CBS 아나운서, 전주KBS 작가 등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 부당해고의 대표적 사례들을 대리했다.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활동하는 이유는.
“방송갑질119에서 고 이재학 PD 소송을 하고, 그의 안타까운 일이 있고 나서 대책위를 꾸려 싸우면서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MBC <뉴스투데이> 작가들은 이재학 PD의 투쟁 기사로 보고서 우리 노무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것이 전주KBS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방송사들이 계속 꼼수 대응을 하니 엔딩크레딧도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연결된 흐름이었다.”
정규직-비정규직, 철저히 '다른 신분'으로 인식
- 방송 비정규직 투쟁이 본격화한 뒤 '판결에선 이겨도 현실에선 지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조건의 한계가 뚜렷하다. 힘 있게 싸워나가는 일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의 연대다. 방송사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사용자 대 근로자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철저히 다른 '신분'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경로와 방식으로 들어와, 나보다 부수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 왔다 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마치 깰 수 없을 것처럼 공고하다. 지상파 내 40~50%가 비정규직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도 언론노조 중심의 정규직 노조가 이들을 무시한 채 갈 수밖에 없는 한 구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일하고 개별 법률 다툼을 하다 보니, 외형적으로는 법률 투쟁의 성과가 쌓이지만 그 결과는 회사의 개별적이고 비정상적인 대응으로 나타난다. 결국 당사자가 노조를 만들어 싸워 얻어야 하는데 뭉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2023년 3월13일 서울 목동 CBS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25일부터 경남CBS와 서울 CBS본사 앞에서 최태경 아나운서의 정상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 여당이 주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비정규직·프리랜서 문제 해법인 것처럼 보도된다.
“추진되는 법안을 보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와 대법원의 노동자성 판단 기준표 10가지를 그대로 두고서, 사용자가 반증해보라는 것이 골자로 남은 것 같다. 기준이 그대로라면 결국 기존 판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어려운 과정이지만 근로자 정의 규정을 만드는 것만이 답이다.”
“언론, 스스로의 문제 짚지 않고 바로잡으라 외칠 수 있나
- 언론사들이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다. 방송사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이야기를 하고 자성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언론이 사회의 불합리함, 불공정함을 양심껏 보도하는 공기로, 스스로의 문제를 짚지 않고 외부의 일을 바로잡으라고 외칠 수가 있느냐고 계속 얘기해야 한다. 최근 MBC 작가 계약해지 통보 사례처럼,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내부 문제는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 '행동하는 노무사'라는 정체성을 가진 노노모는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정리해고 이슈가 더 불거질 것 같다. 이미 현장에서 AI와 자동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의 형태도 복잡해지고, 기술이 도입되고 사람의 인식도 빠르게 변한다. '열심히 노동력을 제공한 만큼 대가를 받고, 그러지 않으면 대응한다' 단순한 접근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다. 노노모도 원칙대로 계속 싸우고 현장에서 노동자를 만나겠지만, 기존과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 방송계도 음악 서치부터 시작해 CG에 작가 일을 AI가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딴 데로 보내고, 새로는 뽑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이다. 최근 방송사들이 최근에 신규인력 안 뽑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본다. 최근 SBS 기술 통폐합도 팀을 2단계에 걸쳐서 80명을 한 팀으로 모았는데 이런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김유경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회장(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이 지난 1월29일 서울 영등포구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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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김유경 노무사는 2018년 '방송계갑질 119'(방송갑질119) 활동을 노무사 생활의 전환점으로 기억한다. 2015년 노무사로 일하기 전까지 그는 전자신문 기자로 10년을 보냈고, 그 가운데 4년은 노동조합 전임자로 활동했다. 방송갑질119 익명채팅방에서는 기자일 때 접하지 못한 비정규 무료릴게임 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고충이 터져나왔다. 김 노무사는 “비정규직의 존재는 공정방송 투쟁에서는 드러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2018년, CJB청주방송에서 해고된 이재학 PD(당시 36세)도 방송갑질119 문을 두드렸다. 14년 간 청주방송 지시에 따라 일했지만,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고 편성제작국장의 말 한 야마토게임 마디로 잘렸다. 전국 방송계에서 프리랜서라는 외형적 계약을 맺고 노동자로 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겪어 온 일이다. 청주지법은 1년 반 만에 그가 '프리랜서'라며 패소 판결했다. 이 PD는 “억울하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이후 김 노무사는 '이재학 PD 청주방송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데 함께하고 이 PD 사 알라딘릴게임 망 사건의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이 PD 선례를 바탕으로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김 노무사는 “싸움이 다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 PD 기사를 본 작가들이 노무사 사무실을 찾았다. 김 노무사는 MBC <뉴스투데이> 작가 부당해고 사건을 대리하면서 '방송작가는 노동자'라는 첫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후 다양한 '무 게임몰릴게임 늬만 프리랜서' 직무에서 노동자성 인정 판정 및 판결이 이어졌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방송사들의 꼼수 대응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노무사는 올해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의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노노모 회원들의 활동은 서면과 사건 대리, 기자회견 발언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어머니의 단식농성과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로비 점거농성 등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에서 함께 싸운다. 이재학 PD 6주기를 맞아 지난달 29일 서울 선유도의 한 커피숍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고 이재학 PD 영정사진. ⓒ미디어오늘
- 14대 노노모 회장을 맡게 됐다. 노노모는 사측을 대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노노모는 만든 지 23년이 된 비영리단체다. 2002년 (근로기준법 개악 등) 노동 개악법 시행에 맞서 싸우던 노무사들 가운데, 법률만을 수단으로 싸울 게 아니라 노동자와 같이 싸우자고 생각한 소수 노무사들이 만들었다. 스무 명 남짓 회원이 지금은 223명이 됐다. '사용자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자'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도 괜찮니?' 묻는 셈이다. 사측 대리 노무사가 노동자 대리에 비해 훨씬 큰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으니, 절반 이상이다. 사용자들은 항상 회삿돈으로 이를 낸다. 노동자들은 개인 돈을 낸다. 처음부터 노동자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신규 회원들이 '회칙이 강해 규모가 안 느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 들어가 보니 느끼게 됐다. '각종 사건에서 사용자를 대리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되는 일이구나.' 사용자 주장을 입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한 몸이 돼 '이 사람은 해고 당해 마땅하다, 노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혐오 발언을 하는 대리인을 보며 알게 됐다. 노동 관계 법령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에 빚을 지고 있다.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
- 노노모 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과 여성 사무국장이 동반 출마해 당선했다.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여성 회장은 6대 장혜진 노무사에 이어 두 번째다. 노무사 직역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진 게 최근이다. 제가 합격한 11년 전만 해도 남성 비율이 크게 높았다. 올해는 430명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뽑은 데다가 합격자도 여성이 3, 남성이 1 꼴이다. 그러다 보니 노노모 회원도 여성 비율이 훨씬 많다. 노노모의 활동 방향과 조직 문화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총회 때 평등수칙을 읽고, 내부의 권위주의 선후배 문화를 지양하는 문화는 많이 정착됐다. 퀴어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법률상담 등으로 지원하는 노무사들의 단체 '퀴어동네'도 노노모 회원이 대부분이다.”
▲'한국공인노무사회 정상화를 위한 직접행동'(한노회 직접행동)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공인노무사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회장단의 사죄와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정방송 투쟁에 드러나지 않던 방송 비정규직 알게 돼”
- 전자신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지부장을 세 차례 맡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언론노조가 방송장악 반대 투쟁을 했다. 방송사 연대 투쟁을 많이 했고, 몸담은 전자신문지부 안에선 4년 내내 사측과 싸웠다. 지부장 임기를 마무리할 무렵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의 '맞짱' 사건이 터졌다. 전자신문이 갤럭시S5 신제품 출시 직전 1면 톱에 카메라 렌즈 수율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냈다. 회사는 이례적으로 삼성 요구에도 기사를 내려주지 않았고, 노사가 합심해 싸웠다. 보도를 이어가면서 당시 기자실에 가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삼성은 전국에서 절독을 하고 광고를 끊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편집국장이 구성원 합의 없이 정정보도를 냈다. 노조가 반발하며 편집국장 불신임제를 추진했다.”
▲김유경 노노모 회장이 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 사무국장 당시 조합원과 활동하는 모습. 사진=김 회장 제공
- 그러다 어떻게 노무사가 됐나.
“노조 전임을 하며 노무사 1차 시험은 통과한 상태였다. 당시 추진한 편집국장 불신임 투표가 성사도 못되고 싸움이 끝났다. 조합원들 요구로 한 번 더 출마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경선 구도가 됐다. 당사자는 당연히 어용이 아니라 주장하지만 노골적으로 연임을 저지하려 상대방 후보를 세운 모양새였다. 6대4로 졌다. 노조가 정당하고 선명한 싸움을 해도, 회사와 대립각을 오래 세우고, 해고자 투쟁도 하는 상황이 싫었던 것 같다.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
선거를 치르자마자 복귀 명령을 받았다. 남은 연차를 쓰고 돌아가니 괴롭힘이 시작됐다. 지부장일 때 존댓말로 대하던 부장이 첫날부터 반말하며 전자신문이 한 번도 뚫지(출입하지) 않았던 백화점을 출입하라고 했다. 전날 신문을 다 보고 가라거나, 발제와 기사를 킬(kill,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일)하고, 경위서를 쓰게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을 때였다. 세워두고 모욕적인 말을 듣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싸운 동지들 앞에서 지부장이던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니까. 그렇게 2개월 겪으니 사람이 이상해지더라. 2014년 말일 사표를 던졌고, 이듬해 노무사 시험에 붙게 됐다. 4년 간 노조 실무와 대응 경험을 했으니 유리했던 것 같다.”
- 노무사가 된 뒤에야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3사(KBS·MBC·YTN) 파업에 결합해 적극적으로 연대투쟁을 했다. 그때 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만을 본 거다. 해고자 투쟁과 방송법 개선 요구 모두 필요하다고, 훌륭하고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심지어는 공정방송 투쟁이 내 임금을 올려달라거나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대의를 위한 싸움이라고도 생각했다. 방송사에 그렇게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의 존재는 그 투쟁에서 드러날 수 없으니까. 심지어 (작가 등이) 파업에 나오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당한 과정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방송갑질119 익명 채팅방에 1000여 명이 쫙 모이고, 방송스태프지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16일 오전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 사진=윤유경 기자.
▲MBC차별없는노동조합은 2024년 7월17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다툼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MBC 방송작가들이 근로계약 뒤에도 모든 부문에서 차별을 겪는다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청원했다. 발언하는 김유경 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 MBC 작가와 CBS 아나운서, 전주KBS 작가 등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 부당해고의 대표적 사례들을 대리했다.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활동하는 이유는.
“방송갑질119에서 고 이재학 PD 소송을 하고, 그의 안타까운 일이 있고 나서 대책위를 꾸려 싸우면서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MBC <뉴스투데이> 작가들은 이재학 PD의 투쟁 기사로 보고서 우리 노무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것이 전주KBS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방송사들이 계속 꼼수 대응을 하니 엔딩크레딧도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연결된 흐름이었다.”
정규직-비정규직, 철저히 '다른 신분'으로 인식
- 방송 비정규직 투쟁이 본격화한 뒤 '판결에선 이겨도 현실에선 지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조건의 한계가 뚜렷하다. 힘 있게 싸워나가는 일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의 연대다. 방송사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사용자 대 근로자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철저히 다른 '신분'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경로와 방식으로 들어와, 나보다 부수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 왔다 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마치 깰 수 없을 것처럼 공고하다. 지상파 내 40~50%가 비정규직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도 언론노조 중심의 정규직 노조가 이들을 무시한 채 갈 수밖에 없는 한 구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일하고 개별 법률 다툼을 하다 보니, 외형적으로는 법률 투쟁의 성과가 쌓이지만 그 결과는 회사의 개별적이고 비정상적인 대응으로 나타난다. 결국 당사자가 노조를 만들어 싸워 얻어야 하는데 뭉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2023년 3월13일 서울 목동 CBS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25일부터 경남CBS와 서울 CBS본사 앞에서 최태경 아나운서의 정상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 여당이 주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비정규직·프리랜서 문제 해법인 것처럼 보도된다.
“추진되는 법안을 보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와 대법원의 노동자성 판단 기준표 10가지를 그대로 두고서, 사용자가 반증해보라는 것이 골자로 남은 것 같다. 기준이 그대로라면 결국 기존 판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어려운 과정이지만 근로자 정의 규정을 만드는 것만이 답이다.”
“언론, 스스로의 문제 짚지 않고 바로잡으라 외칠 수 있나
- 언론사들이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다. 방송사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이야기를 하고 자성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언론이 사회의 불합리함, 불공정함을 양심껏 보도하는 공기로, 스스로의 문제를 짚지 않고 외부의 일을 바로잡으라고 외칠 수가 있느냐고 계속 얘기해야 한다. 최근 MBC 작가 계약해지 통보 사례처럼,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내부 문제는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 '행동하는 노무사'라는 정체성을 가진 노노모는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정리해고 이슈가 더 불거질 것 같다. 이미 현장에서 AI와 자동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의 형태도 복잡해지고, 기술이 도입되고 사람의 인식도 빠르게 변한다. '열심히 노동력을 제공한 만큼 대가를 받고, 그러지 않으면 대응한다' 단순한 접근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다. 노노모도 원칙대로 계속 싸우고 현장에서 노동자를 만나겠지만, 기존과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 방송계도 음악 서치부터 시작해 CG에 작가 일을 AI가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딴 데로 보내고, 새로는 뽑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이다. 최근 방송사들이 최근에 신규인력 안 뽑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본다. 최근 SBS 기술 통폐합도 팀을 2단계에 걸쳐서 80명을 한 팀으로 모았는데 이런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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