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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기랑바위.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형태의 암봉이 아미산의 상징이다. 그 밑의 소나무들도 무척 멋있다.
흔히 아미산의 상징으로 다섯 개의 암릉 봉우리를 꼽는다.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삐죽빼죽 내민 위용이 수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진짜 아미산의 상징은 시선을 조금 낮춘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봉우리 틈새마다 뿌리를 비틀어 바위에 몸을 고정한 소나무 군락이다. 절벽 바위틈에서 자생한 소나무들은 키를 크게 키우기보다 거센 바람과 혹독한 계절을 견디며 생존을 위해 몸집을 강건하게 다져온 모습이다.
겨울 한기 속에서 백경릴게임 도 푸름을 잃지 않은 솔잎은 유난히 짙고, 단단히 여문 줄기에는 은은한 광택이 배어 있다. 마치 수십 년의 세월을 농축해 놓은 듯한 그 모습은 자연이 빚어낸 분재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이 산에서 살아남은 시간과 인내를 묵묵히 말해 주고 있었다.
바다이야기릴게임인각사.
<삼국유사>가 만들어진 산
아미산은 <삼국유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고장이다. 2023년 7월 1일에는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으로 행정구역을 바꿔버렸다.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BTS 팬클럽 이름과 같은 아미峨嵋 황금성사이트 는 '높은 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란 뜻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던 날을 골라 아미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에서 새벽같이 출발해 군위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려시대 보각국사 일연 스님의 하산소下山所였던 인각사麟角寺다. 인각사는 국가에서 국사가 말년을 평온히 보내도록 지정한 사찰로 일연 스님이 노모를 봉양하며 머 릴게임갓 물렀고, 우리 고대사의 정수를 담은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다.
학소대.
<삼국유사>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단군신화에서 불교 설화, 향가, 민가 전승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정신사와 문화사 전체를 아우른다. 사아다쿨 이러한 책이 완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각사는 이미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차에서 내려 인각사 맞은편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절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이 바로 학소대鶴巢臺다. 옛날 이 바위 절벽에 학들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마을에는 "학이 날아들면 고을에 큰 인물이 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맑은 하천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풍경은 신선이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고요했고 하늘과 공기마저 투명했다.
인각사 입구 문화해설사 사무실에 들러 해설을 부탁하자 이른 아침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정성껏 일연 스님과 인각사, 그리고 삼국유사가 갖는 의미를 차분히 풀어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설명 덕분에 산행이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역사를 걷는 여정이 되었다.
아미산 정상에서 소나무 군락을 액자로 삼아 산하를 내려다본다.
인각사를 뒤로하고 2000년에 완공된 군위호 녹색댐으로 향했다. 높이 45m, 길이 390m의 친환경 댐 위 2층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1층 전시 공간에는 수몰된 마을의 기억이 잠들어 있다. 고로초등학교와 중학교 운동회, 조회 시간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마음 한 편이 뭉클해졌다.
영하의 기온 탓에 산행 출발을 잠시 늦추고, 들머리에 있는 아미산식당에서 요일별 다른 메뉴가 나오는 백반 정식으로 몸을 데웠다. 한우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히 탄수화물과 열량을 채운 뒤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마쳤다.
아미산공영주차장 앞에 우뚝 솟은 제1봉 송곳바위(촛대바위)를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 아미산은 암릉이 산의 뼈대를 이루는 산이다. 화강암 계열의 단단한 암질 위에 토양이 얇게 덮인 형태라 발아래에서 늘 바위의 기세를 느낄 수 있다. 토질은 배수가 빠른 사질양토에 가까워 비 온 뒤에도 질척임은 적지만, 낙엽이 쌓이면 미끄러움은 배가되는 까칠한 산이다.
앵기랑바위를 배경으로 섰다.
제3봉(365m)은 아래 마을에서 바라보면 애기동자승을 닮았다 하여 '앵기랑바위'라 불린다. '이 바위를 함부로 훼손하면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일대의 길은 대부분 바위를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한다.
겨울철 낙석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며 고개를 들어 앵기랑바위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안전한 우회로를 택했다. 과거 사람들의 마음과 오늘의 우리가 걷는 발걸음이 겹쳐진다.
4봉과 5봉을 잇는 나무데크에서 뒤돌아본 풍경은 압권이었다. 멋지다는 것 이상의 감정이 솟는다. 마을 풍경과 높게 열린 파란 하늘, 앵기랑바위에 깃든 전설과 위엄이 한데 얽혀 아미산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낸다.
암릉이 험난한 구간엔 나무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차분하고 고요한 무시봉의 '결'
암릉 구간이 1라운드였다면, 이후는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숲길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섞여 있어 겨울임에도 잎을 떨군 활엽수 사이로 햇살이 깊숙이 스며든다. 정상 바로 아래 전위봉 성격의 무시봉(667m)에 이른다. 작은 돌탑 위에 세워진 정상표석을 보며 웃음 섞인 해석을 나눴다.
"무시하고 가라는 뜻인가?"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산의 결이 느껴지는 곳이란 뜻이다. 무시無始, 즉 불교적 의미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듯한 산의 흐름이 존재하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치지만 아미산을 제대로 걷는 사람들은 암릉의 날을 접은 무시봉에서 숨과 마음을 한 번 가다듬고 산행을 이어간다. 삼국유사의 고장답게, 일연스님의 세계관과도 어딘가 맞닿아 있는 듯했다.
주차장에서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아미산 정상. 정상석은 소박하다. 돌탑 위에 얹힌 작은 정상석은 이 산이 요란함보다 담백함을 택했음을 말해 준다. 여름 끝자락이나 가을 단풍철에 오르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미산 정상.
아미산을 길게 타는 이들은 여기서 내친걸음으로 방가산까지 종주한다. 하지만 이번엔 겨울 해가 짧아 욕심을 접는다. 밭미골삼거리에서 병풍암을 거쳐 대곡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미산의 본색을 마주하는 길이었다. 북서 방향으로 길이 열리자 거센 삭풍이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얼굴을 때리 듯 휘몰아쳤다.
하산 중엔 수북이 쌓인 낙엽과 짧지만 급한 경사 구간이 반복된다. 낙엽을 차며 걷을 때마다 사그락사그락, 차르르차르르 마치 밀려오는 파도 같은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마냥 기분이 좋은 소리만은 아니다. 토양이 얇고 암반이 바로 드러나는 경사 구간에 이르자 경쾌하던 소리는 곧 경고음으로 바뀌었다. 발 디딤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미끄러질 것 같은 발밑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설상가상으로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어 희미하다. 선답자들이 남겨둔 산행리본이 없었다면 '이 길이 맞나?'하는 의문이 여러 차례 고개를 들었을 것이다. 초행자에게 이 하산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터다.
하산길은 묵어 있어 낙엽이 짙게 덮었다. 산행리본을 잘 찾아 내려서야 한다.
임도에 다다라 잠시 한숨 돌리니 길가에 세워져 있어야 할 병풍암 안내판이 넘어져 방치되어 있다. 진행 방향을 알 수 없어 잠시 당황해 주변을 살피다가 낡았지만 분명한 산행리본이 나뭇가지에 내걸린 채 나풀거리는 게 보였다. 그 작은 흔적을 따라 다시 발걸음을 병풍암 쪽으로 옮겼다.
폐허가 된 병품암 처마 끝에는 작은 목탁이 처량하게 남아 이곳이 옛 수행처였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병풍암을 가로질러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200m 남짓 치고 오른 뒤에야 병풍암삼거리에 이르렀다. 그제야 배낭을 내려놓고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오르막이라 분명히 힘에 부치는 구간이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안도감이 남은 힘을 끌어 올려 끝까지 발끝을 내밀었다. 바람을 피해 잠시 몸을 웅크린 그 자리에서 비로소 긴 하산의 긴장이 풀린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을 지나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니 대곡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위에 던진 돌이 튀어 오르는 소리가, 겨울 산행의 끝을 알렸다.
군위호.
산행길잡이
아미산은 전체적으로 암반이 드러난 구간이 많고 토양이 얇아 미끄러지기 쉬운 산이다. 길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인 구간이 반복되며 짧지만 급경사가 잦다. 그래서 특히 하산할 때 발 디딤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표나 산행리본이 충분하지 않은 구간이 있어 초행자는 방향 확인을 자주 해야 한다. 병풍암 인근에서는 안내판이 훼손되어 있어 진행 방향을 혼동하기 쉽다. 임도에 도착하면 주변을 잘 살펴 낡은 산행리본을 따라 병풍암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
병풍암을 지나면 200m 정도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를 넘어서면 병풍암삼거리다. 해당 구간은 체력 소모가 크지만 짧은 편이다.
비나 눈이 온 뒤에는 암반과 낙엽 구간의 미끄러움이 배가된다. 따라서 악천후에는 산행을 취소하거나 아이젠, 스틱 등 보조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
(자차 이용 시) 부산구서IC~경부고속도로~ 상주/영천고속도로~신녕IC~인각사~군위호 ~ 아미산공영주차장
(대중교통 이용 시) 아미산공영주차장까지 군위버스터미널보다 중앙선이 다니는 군위역이 훨씬 지리적으로 가깝다. 터미널과 역 모두를 경유해 아미산공영주차장으로 오는 군위7, 군위10 등 시내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매우 길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군위역에서 택시로 이동하면 20분, 요금 1만5,000원 선.
맛집(지역번호 054)
아미산식당(383-3676)에선 그때그때 달라지는 백반정식을 먹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생소했던 곶감초무침.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곶감의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쌉싸름한 봄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워 주는 냉이무침도 일품. 정갈한 생선구이와 손수 담근 김치까지 곁들여진 밥상이 화려하진 않지만 집밥 같은 건강함과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상황닭도리탕과 돼지감자찌개를 먹으려면 1시간 전 예약 필수, 닭백숙은 전날 예약해야 한다.
그 외에 국물이 끝내주는 소고기낙지전골을 파는 호반(0507-1384-1035), 남녀노소 호불호 갈리지 않는 수제 등심 돈가스 전문점 중앙식당(54-383-4252)이 있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흔히 아미산의 상징으로 다섯 개의 암릉 봉우리를 꼽는다.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삐죽빼죽 내민 위용이 수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진짜 아미산의 상징은 시선을 조금 낮춘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봉우리 틈새마다 뿌리를 비틀어 바위에 몸을 고정한 소나무 군락이다. 절벽 바위틈에서 자생한 소나무들은 키를 크게 키우기보다 거센 바람과 혹독한 계절을 견디며 생존을 위해 몸집을 강건하게 다져온 모습이다.
겨울 한기 속에서 백경릴게임 도 푸름을 잃지 않은 솔잎은 유난히 짙고, 단단히 여문 줄기에는 은은한 광택이 배어 있다. 마치 수십 년의 세월을 농축해 놓은 듯한 그 모습은 자연이 빚어낸 분재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이 산에서 살아남은 시간과 인내를 묵묵히 말해 주고 있었다.
바다이야기릴게임인각사.
<삼국유사>가 만들어진 산
아미산은 <삼국유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고장이다. 2023년 7월 1일에는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으로 행정구역을 바꿔버렸다.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BTS 팬클럽 이름과 같은 아미峨嵋 황금성사이트 는 '높은 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란 뜻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던 날을 골라 아미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에서 새벽같이 출발해 군위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려시대 보각국사 일연 스님의 하산소下山所였던 인각사麟角寺다. 인각사는 국가에서 국사가 말년을 평온히 보내도록 지정한 사찰로 일연 스님이 노모를 봉양하며 머 릴게임갓 물렀고, 우리 고대사의 정수를 담은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다.
학소대.
<삼국유사>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단군신화에서 불교 설화, 향가, 민가 전승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정신사와 문화사 전체를 아우른다. 사아다쿨 이러한 책이 완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각사는 이미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차에서 내려 인각사 맞은편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절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이 바로 학소대鶴巢臺다. 옛날 이 바위 절벽에 학들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마을에는 "학이 날아들면 고을에 큰 인물이 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맑은 하천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풍경은 신선이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고요했고 하늘과 공기마저 투명했다.
인각사 입구 문화해설사 사무실에 들러 해설을 부탁하자 이른 아침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정성껏 일연 스님과 인각사, 그리고 삼국유사가 갖는 의미를 차분히 풀어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설명 덕분에 산행이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역사를 걷는 여정이 되었다.
아미산 정상에서 소나무 군락을 액자로 삼아 산하를 내려다본다.
인각사를 뒤로하고 2000년에 완공된 군위호 녹색댐으로 향했다. 높이 45m, 길이 390m의 친환경 댐 위 2층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1층 전시 공간에는 수몰된 마을의 기억이 잠들어 있다. 고로초등학교와 중학교 운동회, 조회 시간 흑백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마음 한 편이 뭉클해졌다.
영하의 기온 탓에 산행 출발을 잠시 늦추고, 들머리에 있는 아미산식당에서 요일별 다른 메뉴가 나오는 백반 정식으로 몸을 데웠다. 한우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히 탄수화물과 열량을 채운 뒤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마쳤다.
아미산공영주차장 앞에 우뚝 솟은 제1봉 송곳바위(촛대바위)를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 아미산은 암릉이 산의 뼈대를 이루는 산이다. 화강암 계열의 단단한 암질 위에 토양이 얇게 덮인 형태라 발아래에서 늘 바위의 기세를 느낄 수 있다. 토질은 배수가 빠른 사질양토에 가까워 비 온 뒤에도 질척임은 적지만, 낙엽이 쌓이면 미끄러움은 배가되는 까칠한 산이다.
앵기랑바위를 배경으로 섰다.
제3봉(365m)은 아래 마을에서 바라보면 애기동자승을 닮았다 하여 '앵기랑바위'라 불린다. '이 바위를 함부로 훼손하면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일대의 길은 대부분 바위를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한다.
겨울철 낙석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며 고개를 들어 앵기랑바위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안전한 우회로를 택했다. 과거 사람들의 마음과 오늘의 우리가 걷는 발걸음이 겹쳐진다.
4봉과 5봉을 잇는 나무데크에서 뒤돌아본 풍경은 압권이었다. 멋지다는 것 이상의 감정이 솟는다. 마을 풍경과 높게 열린 파란 하늘, 앵기랑바위에 깃든 전설과 위엄이 한데 얽혀 아미산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낸다.
암릉이 험난한 구간엔 나무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차분하고 고요한 무시봉의 '결'
암릉 구간이 1라운드였다면, 이후는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숲길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섞여 있어 겨울임에도 잎을 떨군 활엽수 사이로 햇살이 깊숙이 스며든다. 정상 바로 아래 전위봉 성격의 무시봉(667m)에 이른다. 작은 돌탑 위에 세워진 정상표석을 보며 웃음 섞인 해석을 나눴다.
"무시하고 가라는 뜻인가?"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산의 결이 느껴지는 곳이란 뜻이다. 무시無始, 즉 불교적 의미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듯한 산의 흐름이 존재하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치지만 아미산을 제대로 걷는 사람들은 암릉의 날을 접은 무시봉에서 숨과 마음을 한 번 가다듬고 산행을 이어간다. 삼국유사의 고장답게, 일연스님의 세계관과도 어딘가 맞닿아 있는 듯했다.
주차장에서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아미산 정상. 정상석은 소박하다. 돌탑 위에 얹힌 작은 정상석은 이 산이 요란함보다 담백함을 택했음을 말해 준다. 여름 끝자락이나 가을 단풍철에 오르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미산 정상.
아미산을 길게 타는 이들은 여기서 내친걸음으로 방가산까지 종주한다. 하지만 이번엔 겨울 해가 짧아 욕심을 접는다. 밭미골삼거리에서 병풍암을 거쳐 대곡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미산의 본색을 마주하는 길이었다. 북서 방향으로 길이 열리자 거센 삭풍이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얼굴을 때리 듯 휘몰아쳤다.
하산 중엔 수북이 쌓인 낙엽과 짧지만 급한 경사 구간이 반복된다. 낙엽을 차며 걷을 때마다 사그락사그락, 차르르차르르 마치 밀려오는 파도 같은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마냥 기분이 좋은 소리만은 아니다. 토양이 얇고 암반이 바로 드러나는 경사 구간에 이르자 경쾌하던 소리는 곧 경고음으로 바뀌었다. 발 디딤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미끄러질 것 같은 발밑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설상가상으로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어 희미하다. 선답자들이 남겨둔 산행리본이 없었다면 '이 길이 맞나?'하는 의문이 여러 차례 고개를 들었을 것이다. 초행자에게 이 하산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터다.
하산길은 묵어 있어 낙엽이 짙게 덮었다. 산행리본을 잘 찾아 내려서야 한다.
임도에 다다라 잠시 한숨 돌리니 길가에 세워져 있어야 할 병풍암 안내판이 넘어져 방치되어 있다. 진행 방향을 알 수 없어 잠시 당황해 주변을 살피다가 낡았지만 분명한 산행리본이 나뭇가지에 내걸린 채 나풀거리는 게 보였다. 그 작은 흔적을 따라 다시 발걸음을 병풍암 쪽으로 옮겼다.
폐허가 된 병품암 처마 끝에는 작은 목탁이 처량하게 남아 이곳이 옛 수행처였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병풍암을 가로질러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200m 남짓 치고 오른 뒤에야 병풍암삼거리에 이르렀다. 그제야 배낭을 내려놓고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오르막이라 분명히 힘에 부치는 구간이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안도감이 남은 힘을 끌어 올려 끝까지 발끝을 내밀었다. 바람을 피해 잠시 몸을 웅크린 그 자리에서 비로소 긴 하산의 긴장이 풀린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을 지나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니 대곡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위에 던진 돌이 튀어 오르는 소리가, 겨울 산행의 끝을 알렸다.
군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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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은 전체적으로 암반이 드러난 구간이 많고 토양이 얇아 미끄러지기 쉬운 산이다. 길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인 구간이 반복되며 짧지만 급경사가 잦다. 그래서 특히 하산할 때 발 디딤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표나 산행리본이 충분하지 않은 구간이 있어 초행자는 방향 확인을 자주 해야 한다. 병풍암 인근에서는 안내판이 훼손되어 있어 진행 방향을 혼동하기 쉽다. 임도에 도착하면 주변을 잘 살펴 낡은 산행리본을 따라 병풍암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
병풍암을 지나면 200m 정도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를 넘어서면 병풍암삼거리다. 해당 구간은 체력 소모가 크지만 짧은 편이다.
비나 눈이 온 뒤에는 암반과 낙엽 구간의 미끄러움이 배가된다. 따라서 악천후에는 산행을 취소하거나 아이젠, 스틱 등 보조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
(자차 이용 시) 부산구서IC~경부고속도로~ 상주/영천고속도로~신녕IC~인각사~군위호 ~ 아미산공영주차장
(대중교통 이용 시) 아미산공영주차장까지 군위버스터미널보다 중앙선이 다니는 군위역이 훨씬 지리적으로 가깝다. 터미널과 역 모두를 경유해 아미산공영주차장으로 오는 군위7, 군위10 등 시내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매우 길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군위역에서 택시로 이동하면 20분, 요금 1만5,000원 선.
맛집(지역번호 054)
아미산식당(383-3676)에선 그때그때 달라지는 백반정식을 먹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생소했던 곶감초무침.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곶감의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쌉싸름한 봄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워 주는 냉이무침도 일품. 정갈한 생선구이와 손수 담근 김치까지 곁들여진 밥상이 화려하진 않지만 집밥 같은 건강함과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상황닭도리탕과 돼지감자찌개를 먹으려면 1시간 전 예약 필수, 닭백숙은 전날 예약해야 한다.
그 외에 국물이 끝내주는 소고기낙지전골을 파는 호반(0507-1384-1035), 남녀노소 호불호 갈리지 않는 수제 등심 돈가스 전문점 중앙식당(54-383-4252)이 있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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