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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말이 안 되는 게 맞습니다. 서울에서 만점이라니요."

서울 아파트 시장에 대해 얘기하다가 분양업계 관계자가 불쑥 내뱉은 말이다. 듣다 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싶었다. 얘기는 이렇다. 아파트 청약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15년 이상 무주택인 상태로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6명이 넘는 부양가족과 15년을 함께 살았다는 게 정상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분양가가 20억원에 가까운 강남 요지의 아파트에 청약할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점자는 오히려 한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공인인증서 발급 했다. 청약통장 만점자가 부적격 당첨자로 판명났던 사례도 거론했다. 강남의 아파트에서 등장한 만점자가 장인·장모와 함께 사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가 위장전입이 들통나서 당첨이 취소됐던 일이었다.
사실 부정청약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부양가족 문제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인내심만 있으면 충분히 만점이 가능하지만 부양 우리은행 이자율 가족은 노력과 동시에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부양가족 가점은 기본(본인) 5점을 시작으로 1명당 5점이 추가된다. 만점인 35점을 받으려면 7명의 가족이 함께 살아야 가능하다. 부부가 부모 또는 장인과 장모를 3년 이상 모시면서 3명 이상의 자녀와 한 집에 살아야 가능한 구조다. '만점이 그냥 만점이 아니구나'라는 것보다 '이게 퇴직금계산시 요즘 시대에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인 가족 가점 만점자도 청약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분양한 잠실 르엘 전용면적 51㎡ 경우 최저 가점이 70점이었는데 청약자 본인을 포함, 5인 가족 이상일 때 가능한 점수다. 4인 가족 최고 가점 69점을 가지고 청약에 도전했던 무주택 세대주는 황당 빌라담보 할 따름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역으로 작용하면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로또 아파트'가 속출했고, 이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당첨 가점이 치솟은 결과다.
지금의 청약가점제도는 지난 2007년 실수요자에게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됐다.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부양가족 수(최고 2금융권대출한도 35점) 등 세가지 항목에서 총 84점을 만점으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세부적인 조정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긴 40대 이상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특히 무주택기간 산정 때 기본적으로 만 30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45세는 넘어야 만점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아파트가 만점을 받아야 당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첨 가점이 오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가 2020~2024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당첨 가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63점으로 조사기간 중 가장 높았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무주택기간 15년,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이어야 평균보다 1점 높은 64점이 된다.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청약통장이지만 사회 초년생에게는 무조건 가입하라고 추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 역시 당첨에 대한 기대보다는 기본적인 자격요건은 갖춰 놓자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앞으로 청약제도가 유리하게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심리도 깔려 있다.
지난 7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기간 만점자만 266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무주택기간이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처는 결국 집과는 무관한 부양가족이 될 것 같다. 만점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청약시장에서 만점은 앞으로 기본요건이 될 모양새다. 지금도 만점자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무주택자도 정책당국도 이제부터는 청약 가점 만점자 인플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cynical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