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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귀성길이든 여행길이든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다면 책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별다른 계획 없이 홀로 추석을 보낼 이에게도 독서는 외로움을 달랠 벗이다. 긴 연휴를 앞두고 김홍익(가나다 순) 안전가옥 대표, 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 성해나 작가, 수신지 작가, 청예 작가가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책'을 두 권씩 꼽아 직접 소개한다.
"속독보다는 정독과 탐독을 늘 지향한다"는 성 작가는 "그런 마음으로 느리게, 아껴 읽길 바라며" 벽돌책을 골랐다. 반면 김 대표는 "아무리 재미있고 대단한 책이래도 자가용 조수석에서 벽돌책을 독파하고 있으면 자칫 무언의 시위로 비칠 수 있어 적절희토류수혜주
치 않다"면서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고 예쁜 판형에, 짧은 이야기가 여럿 담긴 단편집이 그 정답"이라고 했다. 한 손에 쏙 작은 책이냐, 벽돌책이냐. 과연 당신의 선택은.

김홍익 대표 "이 책 읽다 내릴 곳 지나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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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면 시체인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안전가옥의 김홍익 대표. 하상윤 기자


뭐니 뭐니 해도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만 한 게 없다. 그중에서도 짜릿하고 재미있는 단편소설 네 편이 담긴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강력 추천한다. 사이다 빌런의 탄생, 가족 관계에 대한 블랙 코미디, 온라인배경
타임리프 스릴러 등 그 자체로 장르적 쾌감이 넘치는 네 가지 이야기는 지루한 귀성길을 꿀잼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길이도 짧아 부담 없다.
마지막에 실린 단편 '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읽을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작하기 전 먼저 종착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시길. 미친 에너지가 폭발하는 이 작품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한국프랜지 주식
터너' 중에서도 최강의 페이지 터너. 한번 읽기 시작하면 아마 내릴 곳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안전가옥),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흐름출판)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BS금융지주 주식
둑'은 영국에서 일어난 괴상한 절도 사건을 다룬 범죄 르포다. 연어나 송어를 낚을 때 새 깃털로 미끼를 만드는데, 이 일이 어느새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이 돼 버린다. 아름다운 미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깃털이 필요한데, (당연하게도) 아름다울수록 깃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때문. 그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미국의 ‘깃털 광인’이 아름다운 미끼를 만들려는 일념 하나로 세계 희귀 생물 표본이 가장 많이 수집(혹은 강탈)돼 있는 영국의 박물관을 털었던 실화를 다룬다. 그 집념이 너무 흥미로워 올 3월 영국 런던 출장 때 기어코 시간을 쪼개 자연사박물관에 가봤다. 그 새의 깃털이 이거였단 말이지… 과연 아름다웠다.

성해나 작가 "한 달 혹은 일 년 읽어도 좋아"



올해 3월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소설집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 남동균 인턴기자


벽돌책을 한 권 추천해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작금의 인간을 알기 위해선 그 근간을 탐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께 때문에 지레 겁먹는 이들도 있겠으나 막상 펼치기 시작하면 아마 쉬이 덮지는 못할 것이다. 인지 혁명부터 과학 혁명까지 이 '슬기로운' 종들이 이룩한 업적부터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를 촘촘하고도 현학적이지 않게 담고 있으니 말이다. 혹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더라도 상심하지는 말자. 외려 정독이 이 책의 속도와 더 맞을 수도 있다. 백만 년의 역사를 한두 시간 만에 훑는 건 무리 아닐까. 한 달 혹은 일 년이 걸려도 좋다. 느리게 인류의 역사를 짚어나가도 우리는 이 대리 경험으로 자그마치 만 단위의 나날을 아낀 것이다. 엄청나지 않은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문학동네)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다음 장 넘기는 게 아까우면서도 궁금해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작품. 기묘한 환상을 어두운 현실에 접목시키는 이 이야기꾼의 재능에 두 손 두 발 다 든 채 매료될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성급히 페이지를 넘기려는 조급증을 자제하고, 그의 서사 뒤에 감춰진 비판성과 날카로운 시각을 느껴보자. 아마 그 성찰의 과정 뒤에는 벽돌책도 조금씩 읽게 될 것이다.

박혜진 대표 "여행 가듯 고향으로 향한다면"



MBC를 대표한 앵커 출신으로 퇴사 후 다람출판사를 차린 박혜진 대표. 남동균 인턴기자


'고향'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①태어나 자라난 곳 ②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곳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②는 어쩐지 쉽게 수긍되지 않는 분도 있을 거다. 고향에는 미숙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많은 기억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는 어디에도 내어놓지 못한 상처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상처인지도 모른 채 대충 덮어두고 고향을 떠난 이들도 많겠다. 누군가에게는 고향이 마치 첫사랑처럼 늘 그리우면서 거리를 두고 싶은 대상인지도 모를 이유.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귀성길에 오른 분들에게 김이설·이주혜·정선임의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를 추천한다. 가능하면 고향을 여행지처럼 떠나보라는 제안과 함께. 여행지란 본래 잠시 머물 사람에겐 적절히 거리를 두고 마음을 가볍게, 무엇이든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지 않나.



김이설, 이주혜, 정선임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다람), 김미옥의 '미오기전'(이유출판)


'미오기전'을 쓴 그 이름 김미옥.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유명한 서평가다. 그는 부러 유명하지 않고 묻혀있는 것들, 화려한 것이 아닌 작지만 진짜 큰 것들을 용케 발굴해 독후감을 써 내려간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명랑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글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불씨를 지핀다. 하지만 삶이 평탄하거나 고단하지 않아서 그런 유쾌한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곰국 끓이듯 자신의 삶이 맞닥뜨린 상처들을 순하게 고아내고 내 인생을 다정히 껴안으려 노력하다 보니 명랑한 미옥씨가 됐다고 한다. 힘든 인생에 자꾸만 흔들리는 분들에게 미오기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수신지 작가 "지루함 버티는 데 이만한 게 없어"



명절이면 유난히 생각나는 인기 인스타툰 '며느라기'를 쓰고 그린 수신지 작가. 서재훈 기자


모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 미깡이 쓰고 그린 만화 ‘술꾼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참고하면 올 추석에는 좀 더 재미있고 특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책은 칵테일부터 맥주, 와인, 폭탄주, 소주, 사케, 막걸리까지 각종 술에 대한 사소하면서 방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담은 주류 가이드 북. 고향에 내려가는 차 안에서 메뉴판 삼아 읽으며 마실 술을 고를 수도 있다. 곧 갖게 될 술자리 분위기를 띄울 농담거리도 찾을 수 있겠다.



미깡의 '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이야기장수), 이다의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반비)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추석 연휴에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 긴 시간을 지루하게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손그림과 손글씨의 대가 이다 작가의 신작. 동네를 돌아다니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관찰일기다. 손으로 써서 붙인 분노의 금연 경고문, 지하철 역사 바닥의 타일 디자인, 망가진 회전의자로 만든 DIY 주차금지 설치물 등등. 그것들의 외양을 자세히 관찰해 그리고 관찰하는 동안 추측한 모든 것(만든 사람의 의도, 물건이 이곳에 놓인 배경…)을 빼곡하게 적었다. 그래서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웃음이 터지지 않는 페이지가 없을 정도.

청예 작가 "달달함 원한다면 이 책"



한국 공상과학(SF)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청예 작가. 하상윤 기자


이온화의 '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는 국내 소설 최초로 출간 전 11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화제의 책이다. 평범한 힐링 도서로 보이지만, 주인공에게 얽힌 사연을 오컬트적으로 풀어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를 연상시키는 무당 사월, 슬픈 작별을 찬란한 안녕으로 바꾸는 연화. 둘의 삐걱거리는 조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입이 달아져 있다. 평소 디저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달달한 음식, 녹차 한 잔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혹시 모르니 티슈도 챙기길 바란다. 서글픈 사연들이 많기에.



이온화의 '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다이브), 김홍의 '프라이스 킹!!!'(문학동네)


제29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김홍의 '프라이스 킹!!!'은 한 편의 이상한(?) 독립 영화 같은 책이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심지어는 이해가 무가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점은 다분히 작가가 의도한 부분일 테고, 그래서 묘연하게 언짢음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대체 이게 뭔데?' 싶은 마음으로 페이지를 끝까지 넘겼다. '페이지 터너'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직접 느껴보시길.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