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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살성햇 작성일25-10-05 01:09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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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농사 준비를 마치는 데 3주가 걸렸다. 어수선하던 주말농장도 제법 번듯해졌다. 한낮엔 아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가을이 왔다.
올여름도 지독히 더웠다. 잠깐 수확만 해도 땀범벅이 됐다. 대체 뭘 할 수도 없었고,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밭에 머무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졌다. 키가 훌쩍 자란 풀이 온 밭을 차지했다. 8월 마지막 주말, 더는 미룰 수 없어 예초기에 시동을 걸었다. 키 작은 풀은 쉽게 베어냈지만, 키 큰 풀은 나무같이 뻣뻣했다. 게다가 칡넝쿨까지 얽혀 예초기 날을 감아 세우기 일쑤였다.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 농협nh캐피탈 땀만 비 오듯 쏟아졌다. 3명이 교대해가며 간신히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다.
일주일 뒤 토요일, 밭장과 양주화훼단지를 찾았다. 제법 큰 배추 모종을 구했다. 가을 상추 모종도 넉넉히 샀다. 무도 모종으로 낼까? 망설이다 뒤돌아섰다. 밭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동무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지난주 베어낸 풀을 걷어내고, 퇴비를 넣고 개인파산면책기간 밭을 뒤집어야 한다. 장홧발로 녹슨 연장을 밟은 동무가 불안한 눈빛으로 찔린 발가락에서 피를 짜내고 있었다. 무릎 재활치료 중인 밭장에게 다친 동무 이송을 맡기고, 남은 동무들끼리 밭 뒤집기를 계속했다. 해 질 녘에야 밭 정리를 마친 뒤, 간신히 상추 모종만 심고 물러났다.
이튿날 다시 화훼단지로 갔다. 예년보다 가을농사 시작이 늦어져, 단기사채 무도 모종으로 내기로 했다. “무 모종 다 떨어졌어요, 사장님. 한 시간은 기다리셔야 하는데….” 단골 모종가게 사장님이 ‘어제 사가지 그랬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나 싶어 찾아간 밭 근처 모종가게에서 값은 조금 비싸도 잘 자란 무 모종을 구할 수 있었다. 밭에 도착해 모종을 내기 시작했다. 이럴 땐 분업이 최선이다. 한 명은 호미로 모종 들어갈 자리를 농협채움월복리 파고, 다른 한 명은 모종판에서 모종을 빼 밭에 던지고, 또 한 명은 흙으로 모종을 잘 덮어줬다. 제법 빠르게 배추 140개, 무 130개를 심었다. 구름이 해를 가렸는데도 수건이 축축해질 정도로 땀을 닦아냈다.
김장농사 준비의 마지막은 모종 내고 일주일 뒤 ‘영양제’(복합비료)를 주는 것이다. 텃밭 농사 첫해 배추농사를 망친 뒤 유기농 적합훈련과정 에서 무농약으로 갈아탔다. 복합비료를 주면 초세가 강해진다. 벌레가 갉아 먹는 속도보다 배추 크는 속도가 빨라야 속 찬 배추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지난해엔 그마저 안 통해 피해가 심했다. 복합비료를 들고 밭에 도착하니, 벌써 구멍이 숭숭 뚫린 배추가 여럿 보였다. 그래도 일주일 만에 배추와 무 모두 활착이 잘됐다. 쪼그려 앉아 배추 주변을 호미로 파고, 복합비료를 한 움큼씩 넣어줬다. 남은 건 무밭에 흩뿌렸다. 이어 물을 듬뿍 줬다. 가을농사 준비가 끝났다.
“너희가 싫어하는 모든 짓을 할 테다.” 분무기에 제충국(국화과의 천연 살충제)을 계량해 넣으며 막내가 선언하듯 말했다. 지난해 배춧잎을 다 갉아 먹은 좁은가슴잎벌레의 만행 이후 막내는 ‘복수’를 기다려왔다. 500배로 희석한 제충국을 분무기로 배춧잎에 꼼꼼히 뿌려줬다. 벌레가 커피 찌꺼기를 싫어한다는 얘길 듣고 잔뜩 모아온 동무도 있다. 큰형이 배추 주변에 커피 찌꺼기를 정성껏 뿌려줬다. 또 뭘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주중에 비 소식이 있다. 달라진 배추와 무를 만날 주말이 벌써 기다려진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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