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황금성사이트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구조된 개 바다신2릴게임 '스타'가 구조 직후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에 입주한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촬영은 여기서 끊을게요.”
지난달 15일,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의 뒷산. 뒷조사 전담팀은 여느 때처럼 이날 주인공의 산책 장면을 찍기 위 우주전함야마토게임 해 카메라를 들고 개들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주인공 ‘스타’(5세)는 좀처럼 카메라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가까이 가려 발소리만 내도 스타는 목줄을 잡아당기며 앞으로 내달리려 할 뿐이었습니다.



지난달 15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뒷산에서 야마토게임하기 산책하고 있는 개 '스타'의 모습. 동그람이 정진욱


급기야 길도 나지 않은 산속 수풀로 들어가려고 하는 스타. 낯선 사람들이 들고 다가오는 카메라를 반기지 않는 게 분명했습니다. 더 이상 카메라로 스타의 산책을 더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뒷조사 전담팀은 카메라를 끄고 스타가 진정할 시간을 알라딘게임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는 자기 견사로 돌아오자마자 후다닥 가장 구석진 공간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스타에게는 테라스가 포함된 넓은 방이 제공됐지만, 아무도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햇빛 내리쬐는 테라스로 가는 일도 더 많은 용기를 내야 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2년 전 그날도 스타는 정말 큰 결심을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뻔뻔하다며 ‘뻔순이’로 불렸지만…그건 생존을 건 한 걸음이었다



지난 2023년 7월, 전남 화순군의 한 민가에 내려온 유기견 '스타'와 7마리 새끼들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2023년 7월, 전남 화순군의 한 민가. 집주인에게는 남모를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7마리 강아지들이 집 안팎을 어지럽히기 시작한 겁니다. 강아지들은 집 앞마당 텃밭에서 가꾸던 화초를 물어뜯거나 집주인이 키우던 반려견의 사료를 뺏어 먹기까지 했습니다.
집주인과 그 반려견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나타난 강아지들은 자연재해와도 같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강아지들의 어미 개는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멀리서 밤낮없이 크게 짖기만 해 집주인 가족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끼들에게 밥을 챙겨줄 때는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내 새끼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그런 어미 개의 뻔뻔한(?) 행동에 집주인은 ‘뻔순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습니다. 집주인의 구조 요청을 받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새끼들과 어미를 한꺼번에 포획하기로 하고 작전을 세웠습니다. 먹이로 유인한 뒤 울타리를 치는 일반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집에서 주는 먹이를 익숙하게 먹던 새끼들이 먼저 울타리에 들어오고, 어미도 따라 들어오면서 포획은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구조된 뒤 온센터에 입주한 스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활동가들은 개들을 구조하면서 안쓰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혼자서는 7마리를 키우기 버거웠던 어미 개는 먹이를 좀 나누고자 어려운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람은 두렵지만, 새끼를 굶길 수는 없었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겁니다. 다행히 어미 개의 결단 덕에 새끼들의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조 이후 어미 개를 비롯해 8마리를 한꺼번에 가정집에서 돌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집주인도 호의를 베풀어 잠시 어미와 새끼들이 입양을 갈 때까지 돌보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적인 돌봄의 손길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논의 끝에 어미와 새끼들은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마음을 조금 열기까지 1년,“조금 더 다가오기를 매일 바라죠”



스타의 새끼들은 모두 건강하게 자라 해외입양을 떠나거나 해외입양 전 위탁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어미 개에게 ‘스타’, 7남매 새끼들에게는 태양계 별들에서 따와 각각 ‘머큐리’(수성), ‘골드’(금성), ‘어스’(지구), ‘주피터’(목성), ‘새턴’(토성), ‘누스’(천왕성), ‘네튜’(해왕성)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은 각각 해외입양을 가거나, 해외입양 전에 위탁처 보호를 위해 온센터를 떠났습니다. 양육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난 스타에게는 자유가 주어젔지만, 그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 채 쓸쓸한 독거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참 안타까워요. 저희 담당 활동가들이 스타처럼 겁 많은 친구들은 별도로 교감 시간을 만들어서 조금씩 가까워지려 하는데, 노력만큼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서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지난 15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반려견 운동장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스타의 모습.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 15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반려견 운동장에서 목줄 없이 산책하고 있는 스타의 모습. 동그람이 정진욱


물론 발전은 있었습니다. 1년 전부터 목줄을 매고 산책을 하게 됐지만, 여느 개들처럼 그 산책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뒷조사 전담팀도 애써 목줄을 쥐고 산책을 하기보다 스타의 목줄을 풀어주고 혼자 놀이터에서 놀게 해줬습니다. 그제야 스타는 조금씩 여유를 갖고 흙내음과 나무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롭게 냄새를 맡은 뒤에는 경계가 풀어질까 싶었지만, 스타는 또다시 자기 방에 들어가자마자 구석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손을 뻗자 반항도 못하고 잔뜩 얼어붙어 두려운 눈빛으로 몸을 떨고 있었죠.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입양보다도 스타가 더 사람에게 조금만 더 마음을 열기를 먼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정집에 입양을 가서 행복하게 살려면, 그 가족에게도 마음을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공간에서 스타는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며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매일 출근할 때마다 활동가들 마음은 똑같을 거예요. 스타뿐 아니라 사람을 무서워하는 모든 개들이 어제보단 오늘 더 한 발짝 다가왔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만일 스타를 입양하실 분이 있다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인내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활동가들은 스타가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며 오늘도 견사 문을 열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