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류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 중인 고병원성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라색)가 코로나19보다 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미 NIAID


독감(인플루엔자)을 지독하게 앓으면 열이 펄펄 난다. 인체가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인간이 감염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발열(發熱)로도 중증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온도계는 이미 그보다 높은 온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셈 윌슨(Sam Wilson) 영국 케 바다이야기게임장 임브리지대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인체의 발열 면역 반응은 이미 조류의 높은 체온에 적응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에 치명적인 원인을 밝혀 팬데믹(대유행) 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조류형 복제 유전자, 고온에서도 작동
연구진은 인체의 발열 면역 반응이 인간과 조류에 각각 감염되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PR8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각각 생쥐에 주입했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은 균주로, 바이러스 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인간이나 조 바다이야기모바일 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더 유사하도록 변형됐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에 맞게 진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온도 적응성이다. 사람의 입이나 코에서 후두까지 이르는 상기도는 체온이 섭씨 33도이고, 기관지부터 폐까지 이르는 하기도는 37도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체온이 40~42도에 이르는 조류의 하기도와 장에서도 증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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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생쥐는 사람과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열을 내지 않는다. 연구진은 대신 사육실 온도를 높여 바이러스가 발열 반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인간형 유전자를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신천지릴게임 에 감염된 쥐는 정상 온도에서 죽었지만, 발열 반응을 모사한 41도 온도에서는 살았다. 바이러스가 고온에서 증식하지 못해 치명적인 감염이 경증 질환으로 바뀐 것이다. 반면 조류형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를 주입한 쥐는 정상 온도나 고온에서도 다 죽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B1 중합효소 단백질이 일종의 온도계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류형 PB1 유전자를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온에서도 정상적으로 복제해 생쥐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켰다. 인간형 PB1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는 그보다 온도 기준이 낮아 고온에서 유전자를 복제하지 못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철새를 통해 닭이나 오리에 감염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18개 주에서 젖소들이 고병원성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 세계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가축은 물론 야생 포유류와 젖소와 접촉한 사람까지 감염되고 사망자도 나왔다. 지난달 국내에서도 가금류와 철새에서 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제(NA) 단백질이 각각 5형, 1형이어서 H5N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HA는 바이러스가 사람 호흡기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는 이제 계절성 질병이 아닌 상시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검출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의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디아제 단백질 종류로 분류한다. 주로 새에 감염되는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로 퍼지면 인간 사이에 감염이 되는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조선DB


◇돼지에서 유전자 교환하면 팬데믹 우려
다행히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되지 않아 팬데믹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같은 날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는 “야생 조류와 가금류, 포유류 사이에서 확산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한 변이를 일으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은 계절성 독감을 일으키는 H1이나 H3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항체를 갖고 있지만, H5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없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을 공격한 코로나19와 달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우려한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인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 1918년 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발한 스페인 독감과 1957년 H2N2형 아시아 독감, 1968년 H3N2형 홍콩 독감은 수백만,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연구진은 사이언스 논문에서 “앞서 세 차례 인플루엔자 팬데믹에서 조류형 PB1 유전자가 유입되는 변이가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인체의 발열 면역 반응도 소용없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바이러스들이 서로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돼지 같은 숙주에 동시에 감염되면 유전자를 교환해 치명적인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영국 글래스고대의 맷 턴불(Matt Turnbull) 박사는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추적 감시해야 한다”며 “바이러스가 열에 얼마나 저항성을 보일지 시험하는 것은 더 독성이 강한 균주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q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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