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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인연은 리아킴 님의 유튜브 콘텐츠로 시작됐다고요. 첫 만남,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나요?리아킴(이하 ‘리아’) TV에서 보던 분이 눈앞에 나타났다!(웃음) 처음엔 마냥 떨리고 신기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첫 만남인데도 너무나 편안했어요. 문소리(이하 ‘소리’) 워낙 화려한 퍼포 릴게임몰 먼스를 하는 댄서니 ‘나와는 바이브가 안 맞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리아킴의 말대로 대화가 물 흐르듯 너무나 재미있게 흘러갔어요. 그때 느꼈죠. 나랑은 잘 통하는 사람이겠다.
첫 만남이 강렬했던 때문일까요? 연극 〈춤이 말하다: 문소리×리아킴〉으로 한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소리 이 공연은 안애순 선생님께서 국립 바다이야기릴게임 현대무용단 단장으로 있을 때 극으로 올렸던 레퍼토리 중 하나였는데, 다시 올리고 싶은 생각이 있으셨대요. 원래는 몸을 많이 쓰는 무용수나, 파쿠르 선수들이 주로 무대에 오르는 편이지만, 어느 날 제게 전화로 말씀하셨죠. “배우도 몸을 많이 쓰잖아. 자기는 또 작품에서 몸도 많이 써봤고. 그런 이야기를 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애순이’끼리 한번 봐야지!” 바다이야기룰 (웃음) 어쩌면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거라는 생각에 합류를 결정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리아킴 댄서를 추천했고요. 배우와 댄서의 영역은 완전히 다르지만, 통하는 구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렇게 리아킴에게 전화를 걸어 작품에 대해 설명했는데,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단번에 느꼈어요. 리아 살아오면서 했던 선택을 황금성오락실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느껴지잖아요. 안애순 단장님과 문소리 배우님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부터 믿음이 갔어요. 연락받았을 때부터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죠. 분명 어려운 지점이 있겠지만, 그걸 또 열심히 해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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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새겨진 상처와 고립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말과 춤으로 표현하는 작품이죠.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 작품으로 투영하는 경험은 어땠나요?소리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칫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사실 이미 인터뷰를 통해 숱하게 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그때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서 해야 하는 걸까, 요즘은 그 영화를 안 본 사람도 많을 텐데.(웃음) 그런 고민 앞에선 안애순 연출님이 굉장히 정확하게 판단해주셨어요. 이런 방식으로, 이 감정으로 이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2026년의 ‘나’와 함께 이 이야기가 존재하면 또 다른 무언가를 발화시킬 수 있다는 답을 얻었죠. 이후 대본을 담당한 김혼비 작가가 치열하게 저희의 이야기를 채집하고 고민해줬어요. 하루에 10시간씩 이야기를 하면서 대사 한 문장 한 문장을 빚어나갔죠. 리아 맞아요. 저도 그동안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됐던 이야기들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김혼비 작가님은 제 이야기에 확신이 있으셨어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에 확신을 얻었죠. 거기에 춤은 무조건 멋있고 프로페셔널해야지만 멋있는 게 아니라, 내가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춤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자 했어요. 소리 네 사람의 협업이 무척 순조로웠어요.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그것이 또 공연에 반영되면서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이 충만한 감정은 공연을 보고 가신 관객분들을 통해 느끼기도 해요. 이 작품을 어린 친구들부터 선배님들 세대까지 두루 보시는데, 특히 젊은 친구들의 감상이 와닿았어요. 요즘 20대 친구들은 결정을 주저하고 미루는 경향이 있잖아요. 저와 리아킴이 20대 때부터 몸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도전했던 이야기가 그들에게 용기로 다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이야기가 잘 전달됐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저희의 이야기를 마냥 심각하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흥이 나서 “저도 춤을 추고 싶어요!”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니 무척 좋더라고요.
관객으로서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각자 과거의 순간이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잖아요. 암전된 무대 한편에서 스크린을 등진 채 숨을 고르는 문소리 배우와 스크린을 마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춤을 따라 추는 리아킴 댄서,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죠.소리 정말 리아킴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 즐겁게 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제 연기를 정말이지 마주하기가 어려워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저렇게 아는 척하면서 연기를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웃음) 리아 하하. 아무래도 춤이다 보니까 ‘와, 저 때 참 젊고 팔팔했네! 잘 뛰어다니네!’, ‘저 동작의 컨트롤은 지금보다 저 때가 낫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회상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소리 그 시절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죠. 한없이 부족하고 어설픈데, 또 몰라서 용감해질 수 있잖아요. 그게 또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워요. 그래서 늘 초반 작품은 마주하기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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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한공주’의 장면이 지나간 후 문소리 배우의 춤이 시작되죠. 전 그 찰나가 ‘한공주’와 그를 연기했던 과거의 문소리, 현재의 문소리가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소리 안애순 선생님의 작품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장면이에요. 〈순간편집〉이라는 공연이 있는데, 이 작품은 안애순 무용단원이었던 40~50대 무용수들이 과거의 동작을 1층 로비에서 보여주면, 3층에서 젊은 무용수들이 자신이 재해석한 동작을 보여주는 이머시브 형식의 공연이에요. 그중 김나의라는 무용수가 보여줬던 플로 동작들, 그리고 선생님의 과거 작품 〈뿌리〉를 통해 보여주셨던 여러 동작에서 〈오아시스〉 ‘한공주’의 움직임이 연상됐어요. 극 중 천장에 비친 거울에 반사된 그림자가 나비가 되어 ‘한공주’에게 날아오는 장면을 안애순 연출님이 선택하셨고, 그게 지금의 동작들로 이어졌죠. 너무나 아름다운 시퀀스지만, 그 동작을 해내야 하는 저에게는 그만큼의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웃음) 상처를 타인, 그러니까 관객들 앞에 꺼내 보였을 때 비로소 느끼는 회복의 감정이 있잖아요. 무대 위에서 그 감정과 마주한 순간이 있나요?소리 관객분들이 워낙 반응을 크게 해주시는 편이라, 거기서 느끼는 보람은 분명 있어요. 그리고 여러 번 공연을 하다 보니 처음엔 서툴고 신경 쓰였던 동작들에 조금씩 몰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연습할 땐 이거 내가 계속할 수 있는 건가 싶었는데 말이에요. 이 작품 덕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리아 얼마 전에 저희도 이 얘기를 했어요. 소리 배우님 대사에 “저는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사람이 아니에요!”가 있는데, 회차가 더해질수록 조금씩 몰입하게 된다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곧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시는 거 아니냐고요.(웃음) 소리 하하. 맞아. 리아 사실 우리 모두에겐 남들에게 내보이기 싫은 찌질한 모습이나 상처가 있잖아요. 그걸 늘 감추고 아닌 척하며 살아왔던 제가 타인 앞에서 꺼내 보이고,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정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 시간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는 생각도 들면서 과거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네요. 한때 너무나 지워버리고 싶던 ‘펑키 리아’의 시절도 이젠 제 일부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됐죠.
결국 제게는 그 대사가 남더라고요. “몸은 곧 텍스트가 된다.” 두 분의 몸엔 지금 어떤 텍스트가 새겨지고 있나요?소리 참 신기한 경험이기도 한데요, 혼비 작가와 한참 〈오아시스〉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거예요. ‘20년이 훌쩍 지났는데, 또 눈물이 난다고?’ 싶었는데,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응어리졌던 게 있었던 거죠. 지금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 할 이야기가 분명하게 있구나, 몸은 계속해서 나의 어떤 감정과 기억들을 쌓아오고 있었구나, 싶어요. 그래서 생각해요. 내 몸을 움직이는 걸 놓지 말아야지. 계속해서 움직이고 또 쌓아가야지. 리아 돌이켜보면 옛날의 제 춤엔 독기만 가득했어요. 해내야 한다는 악에서 나왔던 몸부림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흘러가는 대로 두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여유로움도 많이 생겼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춤을 출 때도 반영돼 더 즐길 수 있게 됐죠. 스스로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이젠 내가 즐기고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춤에 집중하고 싶어요.
(리아킴)드레스 Nicklas Skovgaard. (문소리)플라워 재킷 MaxMara. 보디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 몸이 열어주는 세계란 이토록 놀라운데, 시대가 요구하는 몸의 역할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겐 더더욱요.리아 정말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아주 큰 전신 거울이 있어요. 수업에 들어오시는 수강생 중 어떤 분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고 화들짝 놀라세요. “내가 살이 왜 이렇게 쪘지?” 하면서 자책하시기도 하죠. 저 또한 그런 강박에 사로잡힌 적이 있어요. 전 골반이 작은 편인데, 넓은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고 승모근에 주사를 맞아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나의 건강이랑 바꿀 만큼일까?’로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어요. 물론 저도 나름의 관리를 하지만, 단순히 마르고 아름다운 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자각하죠. 소리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몸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것이 억압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요. 그럼에도 거기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에요. 전 배우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분명 영향받는 지점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끝내 휘둘리지는 않으려고 해요.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보고 이렇게들 말해요. “난 이게 부족하고, 그래서 자신이 없어.” 다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요. 전 ‘내 몸이 이렇게 보여야 예쁘다’가 아니라, ‘내 몸이 이걸 할 수 있다’ 이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서만 자신감을 찾지 말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바라보면 자연히 자존감도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3월이면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옵니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두 분에게 어떤 기쁨과 슬픔을 주나요?소리 여성으로 살면서 제일 서운한 것 중 하나는 두려움이 많았다는 것이에요.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예요. 여자라서. 걱정하고 떠는 데 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한때는 내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있어요. 나중에 죽고 나면 묘비명에 ‘노브라’라고 써달라고. 중학생이 되고부터 브라를 입어야 한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그게 너무 힘든 거야. 왜 이런 브라를 하고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딸에게도 “당당하게 노브라면 어때!” 말해주고 싶지만, 이런 제 말과 시대가 충돌하는 순간이 생길 때면 미안해져요.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덜 두려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요. 리아 어렸을 땐 남자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일종의 피해의식일 수도 있죠. 남성 댄서가 하는 무브나 기술을 이기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다운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 여성 댄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는데. 지금은 내가 여자라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여자로서의 삶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죠.
문소리, 리아킴의 몸이 화두를 던지는 이 연극이 어떤 가치를 남겼으면 하나요?소리 저희뿐 아니라 몸으로 고군분투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의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테고, 그건 또 다른 주제를 던져줄 수 있겠죠. 리아 공연을 본 친구가 “이건 네 인생에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공연인 것 같아”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그동안의 제 인생과 감정의 엑기스를 모아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형식의 공연은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러운 공연이 될 듯해요. 동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위대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의 춤은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다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아냐, 우리 칠순 정도 됐을 때 한 번 더 하자. 그때까지 엑기스를 한 번 더 모아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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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게는 그 대사가 남더라고요. “몸은 곧 텍스트가 된다.” 두 분의 몸엔 지금 어떤 텍스트가 새겨지고 있나요?소리 참 신기한 경험이기도 한데요, 혼비 작가와 한참 〈오아시스〉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거예요. ‘20년이 훌쩍 지났는데, 또 눈물이 난다고?’ 싶었는데,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응어리졌던 게 있었던 거죠. 지금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 할 이야기가 분명하게 있구나, 몸은 계속해서 나의 어떤 감정과 기억들을 쌓아오고 있었구나, 싶어요. 그래서 생각해요. 내 몸을 움직이는 걸 놓지 말아야지. 계속해서 움직이고 또 쌓아가야지. 리아 돌이켜보면 옛날의 제 춤엔 독기만 가득했어요. 해내야 한다는 악에서 나왔던 몸부림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흘러가는 대로 두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여유로움도 많이 생겼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춤을 출 때도 반영돼 더 즐길 수 있게 됐죠. 스스로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이젠 내가 즐기고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춤에 집중하고 싶어요.
(리아킴)드레스 Nicklas Skovgaard. (문소리)플라워 재킷 MaxMara. 보디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 몸이 열어주는 세계란 이토록 놀라운데, 시대가 요구하는 몸의 역할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겐 더더욱요.리아 정말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아주 큰 전신 거울이 있어요. 수업에 들어오시는 수강생 중 어떤 분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고 화들짝 놀라세요. “내가 살이 왜 이렇게 쪘지?” 하면서 자책하시기도 하죠. 저 또한 그런 강박에 사로잡힌 적이 있어요. 전 골반이 작은 편인데, 넓은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고 승모근에 주사를 맞아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나의 건강이랑 바꿀 만큼일까?’로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어요. 물론 저도 나름의 관리를 하지만, 단순히 마르고 아름다운 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자각하죠. 소리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몸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것이 억압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요. 그럼에도 거기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에요. 전 배우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분명 영향받는 지점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끝내 휘둘리지는 않으려고 해요.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보고 이렇게들 말해요. “난 이게 부족하고, 그래서 자신이 없어.” 다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요. 전 ‘내 몸이 이렇게 보여야 예쁘다’가 아니라, ‘내 몸이 이걸 할 수 있다’ 이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서만 자신감을 찾지 말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바라보면 자연히 자존감도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3월이면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옵니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두 분에게 어떤 기쁨과 슬픔을 주나요?소리 여성으로 살면서 제일 서운한 것 중 하나는 두려움이 많았다는 것이에요.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예요. 여자라서. 걱정하고 떠는 데 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한때는 내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있어요. 나중에 죽고 나면 묘비명에 ‘노브라’라고 써달라고. 중학생이 되고부터 브라를 입어야 한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그게 너무 힘든 거야. 왜 이런 브라를 하고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딸에게도 “당당하게 노브라면 어때!” 말해주고 싶지만, 이런 제 말과 시대가 충돌하는 순간이 생길 때면 미안해져요.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덜 두려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요. 리아 어렸을 땐 남자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일종의 피해의식일 수도 있죠. 남성 댄서가 하는 무브나 기술을 이기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다운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 여성 댄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는데. 지금은 내가 여자라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여자로서의 삶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죠.
문소리, 리아킴의 몸이 화두를 던지는 이 연극이 어떤 가치를 남겼으면 하나요?소리 저희뿐 아니라 몸으로 고군분투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의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테고, 그건 또 다른 주제를 던져줄 수 있겠죠. 리아 공연을 본 친구가 “이건 네 인생에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공연인 것 같아”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그동안의 제 인생과 감정의 엑기스를 모아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형식의 공연은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러운 공연이 될 듯해요. 동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위대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의 춤은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다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아냐, 우리 칠순 정도 됐을 때 한 번 더 하자. 그때까지 엑기스를 한 번 더 모아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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